은 희영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하고 뒤에서 험담하는 사람들의 무리에 끼기도 했다. 희영이 소수자를 위한 글을 쓴다면서 사실은 뒤로는 고액과외를 한다는 소문이 돌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속물적이고 사람을 겉보기로만 판단하는 사람은 어느 쪽인가? 겉보기에 초라해 보이는 희영의 삶을 함부로 재단하고 가치 판단하는 해진의 태도야 말로 속물적인지 모른다. 비록 희영의 재능이 아깝다는 취지에서 안타까움으로 그랬을지 모르지만 말이다.
결국 다른 사람들이 젊은 시절 자신이 떠들던 가치들을 내려놓거나 가차 없이 버리고 떠날 때 희영은 어쩌면 자신이 가진 것마저 다 내려놓고 선택을 한다. 신념과 삶이 일치하는 삶을 살고자 스스로 결정한다.
5. 나가며
소설의 제목인 ‘몫’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모두가 제 ‘몫’을 잃어버린 시대다. 학생운동이 쇠퇴하다 못해 전멸해 버린 2024년, 누구도 타인의 특히 소외되고 약자적 삶에 처한 사람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이 소설은 과거, 아직 학생운동이 끝물로 아스라이 사라질 무렵, 함께 사회문제를 고민했던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그들은 정치적 견해 차이로, 때론 인간으로서 어쩔 수 없는 질투와 애증 등으로 서로 갈등한다.
하지만 그들도 당시에는 겨우 스무살 언저리의 어린애들일 뿐이었다는 사실을 생각해보면 이 사실이 더욱 안타깝고도 애틋하게 다가온다. 이제는 사회의 타자와 약자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드물어진 시대, 그들의 어설프고도 여린 연대의 몸짓들이 애달프다. 그리고 그들의 미약한 노력이 이렇게 이야기로 남아, 이후의 독자들에게 희미하나마 빛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