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국가, 출신민족,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상황, 인종, 피부색,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性的) 지향, 병력(病歷)을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제30조 제2항)한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시행되기 시작함으로써 새로운 계기에 직면하고 있다. 이주노동자의 취약한 신분과 대우에 대해 ‘합리적인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판단이 내려질 것인지 여부는 더 두고 봐야 하겠지만 실정화 되었건 그렇지 않건 적어도 국제사회에서 운위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의 수준과 내용을 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주노동자 일반의 인권보장을 위해 가장 절실한 것은 법과 제도의 변경으로 이주노동자를 동등한 근로자로 인정하고 국제규범을 존중하여 정당하고 평등한 대우와 권리를 보장하는 것일 것이다.
그렇지만 진정으로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함으로써 인권보장의 지평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그에서 그치지 않고 이주노동자 중에서도 열악한 상황에 놓여 있는 여성이주노동자문제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기왕의 협소한 시민권의 개념에서 벗어나 여성의 권리가 곧 인권임을 주지하여 기왕의 여성관련법규가 여성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해서도 활발하게 적용되도록 해야 할 것이며, 아울러 2002년에 수립해야 할 여성부의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이나 노동부의 제3차 남녀고용평등기본계획에 여성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정책계획 항목에 포함시키고 체계적으로 추진케 하는 것, 그리고 이주노동자문제를 관장하는 정부기구나 이주노동자의 인권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비정부기구의 활동반경 전반에서 성 인지적인 관심과 노력을 절실하게 요구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Ⅸ. 결론
노동시간단축의 효과에 대해 불확정적 판단을 낳게 하는 복잡한 요인들을 제대로 분석한다면 우리는 실체에 접근할 수 있다. 그 요소는 다음과 같이 크게 3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째, 시간단축의 고용효과에 있어 필요조건은 ‘법정 또는 협약 노동시간의 단축(정규시간의 단축)이 실노동시간단축으로 이어지는가’하는 점이다. 일부는 초과근로의 증대와 생산성 증대, 노동시간의 유연한 활용 등에 의해 대부분 상쇄된다고 보는 견해도 있긴 하지만(Roche, Fynes & Morrissey 1996), 대부분의 연구에서 법정노동시간 또는 협약노동시간(이 차이는 각국 노동조합 조직과 노사관계의 특징이 반영된 것이며 실제 효과는 동일한 것이므로 차이를 과장해서는 안됨)의 단축은 실노동시간의 단축을 초래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독일의 사례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시간의 표준노동시간의 단축은 0.85에서 1시간의 실노동시간의 단축으로 이어진다(Hunt 1996). 시간(초과노동 의존)에서 고용(신규 고용창출이나 고용유지)으로 대체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OECD는 노동시간에 대한 전국적 규제체계가 없는 영국의 경우만 일시적 초과노동의 증가로 이어졌을 뿐 대부분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귀결한다고 평가하고 있다(OECD 1998). 초과노동시간 증대, 파트타임과 교대제 등 작업패턴의 변화에 의해 상쇄되는 부분을 고려하더라도 표준시간의 1시간 단축은 1/2 ~ 2/3의 실노동시간 감소를 가져온다고 한다(Whitley and Wilson 1986). 한편 1%의 표준시간단축이 1.2%의 더 큰 실노동시간 단축을 초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Hart 1987).
따라서 노동시간제도의 유연성을 적절한 수준에서 규제하는 제도와 관행을 갖추고 초과노동시간 의존 관행을 제어하기 위한 보완장치만 마련한다면 당연한 귀결로서 실노동시간단축은 단축된다. 노동력재생산을 위한 최소 보호 장치로서 1일 노동시간의 최고한도를 하향조정하면서 주단위, 월단위, 연간 단위로도 노동시간 최고한도를 규정하고 거의 실행되지 않고 있는 근로기준 감독을 제대로 한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둘째, ‘실노동시간단축과 함께 임금비용은 어떻게 변화하는가’하는 비용효과의 측면이다. 1984-1989년간의 독일의 시간단축은 노조의 ‘완전 임금 보상’이라는 주장과 일치된 결과, 즉, 1시간의 노동시간단축이 시간당 임금의 2-3%의 증가와 함께 이루어짐으로써(Hunt 1998), 임금인상자제가 표준시간 단축에 반드시 수반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준다. 89년 우리나라의 노동시간단축 경험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총임금수준을 유지할 때 시간당 임금이 증가하고 단위노동비용의 증대를 초래하여 고용효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로부터 고용효과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노동시간단축에 따른 임금보상이 작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OECD 1998). 그러나 고정비용의 존재로 인해 임금보상이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불명확하다. 고정노동비용은 시간당 임금 상승이 고용에 미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 복잡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Hunt 1996). 시간당 생산성의 증대와 시간당 임금 증가의 효과를 동시에 고려한다면 단위노동비용은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 또한 고정비용의 중요한 항목인 법정 노동비용에 대한 정부 지원책이나 현재 나타나고 있는 기업복지 비용의 축소 현상을 고려한다면 비용증대 효과는 결코 과장되어서는 안 된다. 또한, 노동시간단축을 채택하지 않는 기업이 이를 채택하는 기업보다 경쟁에서 유리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제어하는 장치로서, 시간단축을 실시한 - 따라서 실업자 발생으로 인한 사회복지 지출 등 사회적 비용의 증가를 유발하지 않는 - 기업에 대해서 고용보험 기금 절약분에 상응하는 지원금을 주는 제도를 마련한다면 비용증가의 요인이나 부정적인 효과는 상당부분 상쇄될 수 있다.
참고문헌
국가인권위원회 부산지역사무소(2008), 이주노동자 인권보호 및 증진을 위한 심포지엄, 국가인권위원회
김철효 외 2명(2006), 인권으로서의 이주노동자 건강권에 관한 연구, 지역사회학회
김도경(2010), 이주노동자의 인권보호에 관한 연구, 단국대학교
박화옥(2008), 이주노동자인권문제의 또 다른 사각지대, 국민체육진흥공단
이금연(2006), 이주 노동자 인권 운동 어디로 갈 것인가?,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
채형복(2009), 이주노동자권리협약의 자유권 쟁점, 국제헌법학회, 한국학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