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어내면서도 날카롭게 풍자하고 있는 것이 ‘역시 나쓰메 소세키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사실 부조리한 것으로 치자면 분노하거나 어둡고 우울하게 만들 수도 있는 주제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린 ‘도련님’이 너무 속물적인 어른으로 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4. 나쓰메 소세키를 조사하며
사실 처음에 일본에 대한 레포트를 쓸 때, ‘일본의 음식’이라던지 ‘일본의 문학’, ‘일본의 전통예술’과 같이 조금 더 큰 카테고리로 써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일본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부분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게다가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인들에게 백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변치 않는 사랑을 받아오는 국민적 작가이며,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칭송되는 인물이다. 일본의 천 엔짜리 지폐에도 그의 초상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덕망 높은 철학자나 나라를 구한 영웅, 큰 업적을 남긴 대왕의 초상을 지폐에 그려 넣는 우리나라와 조금은 달라, 내가 신기하다고 느꼈던 점이기도 하다. 이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일본이라는 국가에서 크게 추앙받고 있으며,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사실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은 이 레포트를 쓰기 훨씬 전에 읽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것을 쓰기위해서 다시 그 책들을 뒤적거리면서 나는 처음 그의 책들을 읽었을 때와는 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나름대로 일본소설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많은 분량의 일본문학을 접해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일본소설’이라는 것 자체를 단정 지어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특유의 은은하면서도 잔잔하고 읽고 난 후에는 가슴이 먹먹해지는 느낌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을 읽고 난 후에 정말로 굳어졌다. 일부러 그 책을 빨리 읽어버리고 싶지 않아서 시간을 두고 천천히, 뜸을 들여가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사실 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한다고 말하기도 부끄러울 만큼 그의 소설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하지만 내가 읽은 단 두 편의 소설만으로도 현대인들의 이기주의와 고독감, 사회의 부조리함들을 풀어내는 그의 예리하고도 한편으로는 따뜻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들을 한 편으로는 다소 무게감 있게, 한 편으로는 조금 더 가볍고 웃기게 그려낸 그의 천재성에 새삼 감탄한다. 이번 시험이 끝나면 그의 소설을 새로 만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