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의 계속적인 해외의존은 항공산업 육성의 기본목적을 상실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따라서, 국내에서 보유하고 있는 항공기의 운용유지에 필요한 부품에 대해서는 중·장기적으로 과제화하여 연구개발을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방산분야에 있어서는 방산업체가 관련 방산물자의 핵심기술 개발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하며, 이를 위한 국방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수반되어야 한다. 항공기용 브레이크 디스크나 랜딩기어 시스템과 같이 일반 무기체계 개발에 적용되는 고부가가치 핵심부품 중에서 업체주도로 연구개발이 가능한 분야는 업체가 추진할 수 있도록 전략과 정책, 제도/절차를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5. 단계적 목표 설정과 일관된 정책 추진
항공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책상의 또 다른 문제는 비현실적이거나 불확실한 목표 설정과 근시안적 정책추진으로 기술개발과 부품개발에 대한 투자와 노력을 게을리 한 점이다. 이런 관점에서 항공산업 기본육성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인 목표를 설정하여, 항공기 설계/제작/생산 등 전 과정이 내실화 될 수 있도록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F-X 절충교역과 T-50 개발완료 후, 확보된 기술을 활용하여 독자적인 전투기 개발이 추진될 수 있도록 단계별 목표가 수립되어야 할 것이며, 신규로 추진되는 기술도입 생산사업과 항공기 개발사업에 필요한 기술획득의 연계가 적절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항공기 개발의 경우 그 기술이 우리의 산업여건 또는 안보적 차원에서 꼭 필요한 기술인지를 식별한 후 이러한 핵심기술을 획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략은 외국의 유수한 항공기 개발업체들이 경쟁업체와의 경쟁에서 지속적인 경쟁력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전략중의 하나이다.
6. 수출 지향적 항공산업기반 조성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은 국가간의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수출 지향적 항공산업모델로의 구축이 요구된다. 우리 항공산업은 해외수출보다는 국내시장을 염두에 둔 수입 대체형 항공산업 모형을 추구하여 왔다. 그 결과 우리 항공산업체는 해외수출을 통한 항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정부로부터 수주하는 물량확보에 익숙한 상태이다. 따라서 항공 품목을 생산하는 설비 가동률이 떨어지면 정부에 추가 생산물량이나 보조금을 요구하는 정부 의존형, 내수 지향적 항공 산업이었다. 따라서 우리가 지향하고 있는 한국형 항공산업의 특징은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항공부품을 개발·생산하여, 수출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형태의 모습을 가져야 할 것이다.
Mil Spec이나 NATO 표준 등과 같은 국제 표준규격을 적용한 국제통용의 제품이나 부품생산으로 수출기반이 조성되어야 한다. 또한 항공기산업은 법적인 강제 인증요건을 구비해야만 시장판매가 가능하므로 정부출연기관이 시험평가설비 및 품질인증능력을 확보해 주는 등 항공우주부품 생산 및 수출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
지난 30여년 동안 우리 항공산업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과 업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에 많은 성과를 이룩하여 왔다. 그 결과 오늘날 KT-1 기본훈련기, T-50 고등훈련기, KF-16 전투기 등 최첨단 무기를 개발하거나 기술도입을 통한 생산이 가능할 만큼 커다란 성장을 이루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아직도 항공산업 기반구축과 군사기술의 선진화라는 본래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상태에 있다. 이는 항공산업이 직면한 문제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없이 일시적인 미봉책으로 대처해온 정부와 군, 그리고 항공산업계 모두의 안일한 자세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된다. 70년대 초 자주국방을 위한 기반전력으로 항공산업을 건설했던 것처럼, 국가경제의 이익창출뿐 아니라 21세기의 불확실하고 불특정의 안보위협에 대응하고 장차전에 대비하기 위해서도 국가 항공산업의 재도약이 필요한 시점이다.
Ⅹ. 결론
항공기산업은 여타의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우 큰 고정자본과 첨단의 기술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산업성과의 시현이 장기에 나타나는 특성이 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동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인력, 설비 등 제 자원이 효율적이며 일관적으로 투여되어야 하며 동시에 상당기간 기술이 점진적으로 축적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부문에서는 소규모일지라도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항공기제작사업의 점진적인 확대가 필요하며, 산업환경적으로는 무엇보다도 강력한 정부지원이 필수적일 것이다.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의 항공기산업은 KF-16 전투기 사업의 종결, 중소형항공기 국제공동개발사업의 연속적인 중단 등 산업 전반을 유지시킬만한 후속생산물량공급의 불연속성 및 불확실성으로 인해 향후 우리나라 항공기산업의 장래가 매우 불안하게 여겨지고 있었다.
그러나 최근 KT-1/T-50의 개발성공, 다목적 헬기사업(KMH) 및 차세대전투기사업의 결정에 따른 F-15K사업포함해 유럽의 AIRBUS사로부터의 민간항공기용 날개구조물수주 등 군수 및 민수용 사업의 장기적인 생산물량이 확보되어 침체기에서 벗어나 새로운 도약이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불연속적이고도 일부분으로 제한되는 산업생산물량 확보로는 산업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하거나 규모의 경제가 제대로 달성되지 못할 수 있다. 이럴 경우 항공기산업은 향후 일정수준이상의 기술적 안정성과 가격경쟁력 유지에 한계를 겪게 되며, 궁극적으로는 산업의 존치조차도 위협받을 수 있게 된다. 현실적으로 의미있는 수준의 완제 항공기의 개발 없이는 안정적인 생산물량확보는 물론 항공기산업으로부터의 각종 경제적·기술적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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