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방을 짓밟고 대륙의 패권을 차지하는 것에 있었다.
언론은 이번 3차 국공합작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고있다. 중국 공산당이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현 대만 집권당인 민진당을 고립시키기 위해 대만 야당인 국민당을 끌어들인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국민당의 입장에서는 국공합작을 차기 총통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돌파구로 삼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북벌', '항일'에 이어 이번에는 '독립반대'라는 양당의 정치적 이해관계 합치가 사실상의 협력 배경이 된 것이다.
롄잔은 대륙 방문기간 동안 후진타오와 공식 회담을 열어 5개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 언론발표문'을 내는 등의 성과를 냈다. 롄잔의 대륙행은 강경 대치로 치닫던 양안 관계를 풀어갈 실마리를 마련했으며 양안 사이 교류 활성화의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을 듣는다. 그러나 국민당은 더 이상 대만의 집권당이 아니다. 그러므로 일부에서는 롄잔이 대만의 '절반'밖에 대표하지 못했다는 비판도 일고있다.
2004년 대만의 대중국 수출은 약 450억 달러에 달해 중국은 1위 시장이었다. 수입 규모는 167억달러에 불과해 대만은 막대한 흑자를 기록했다. 또한 대만 통계에 의하면 대만 기업은 2005년 3월 말 현재 33,000개 이상의 프로젝트에 435억달러를 중국에 투자하고 있다. 이는 어디까지나 공식적인 통계에 불과하고 조세피난처를 경유한 투자까지 합하면 비공식적으로 대만 기업의 투자는 최대 1,000억달러까지 추산된다. 산업공동화, 첨단산업의 대 중국 이전, 중국 경제에 대한 지나친 의존을 우려해 대만 정부가 대 중국 투자를 장려하지 않았고 적어도 공기업들의 대 중국 사업 협력에는 상당한 규제를 가한 상황에서도 이러한 협력 성과를 만들어낸 것이다.
정치적 관계 개선으로 경제협력이 탄력을 받게 되면 대만 기업의 경쟁력은 상당히 제고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정치적 위험이 줄어들면서 대만의 국내 투자 환경이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서는 중국과의 경제적 협력이 증진되면서 기업의 비용이 줄어들 것이다. 직항로가 없어 2시간 거리인 상하이로 가기 위해 오키나와나 서울을 경유했던 대만 기업인들은 직항로가 열리면 행동반경을 훨씬 넓힐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상당한 규제를 받는 대만 공기업들의 대 중국 수입이 좀더 자유로워진다면 경쟁력을 더욱 증강시킬 수 있고 양국의 무역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대만 기업들이 중국시장을 지향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들은 중국 내수시장 보다는 선진기업에 공급하기 위한 주문자 상표 부착생산(OEM) 제품을 생산하고 있었다. 이들은 정부의 규제 때문에 내수시장에 대한 진출은 한국이나 일본 및 서구의 다국적 기업에 상대적으로 밀리고 있었다. 이제 양국 관계의 개선을 통해 대만 기업들은 주문자에 종속되기 마련인 OEM 외에도 내수 목적으로 중국에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화학, 철강, 반도체 등 소재사업이 가장 유망한 진출 분야가 될 것이다.
) 「서울경제신문」, 2005. 6. 7
Ⅳ. 결론
민진당의 출현은 대만의 민주화가 일당독재체제에서 경쟁적인 정당체제로 이행해가고 있는 단계임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2000년 3월에는 야당인 민진당 후보 천수이볜이 총통으로 당선되어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가 실현됨으로써 대만은 경제 발전과 정치 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전형으로 주목받게 되었다. 대만이 정부수립 51년 만에 처음으로 정권교체에 성공한 것은 아시아지역의 정치발전이라는 측면으로만 파악해도 대단한 의미를 지닌다. 국민당의 오랜 1당 '독재'체제에서 총통직선 두 번째 만에 정권의 수평적 교체를 이루었다는 것은 이제 대만이 경제발전과 함께 진정한 민주체제로 탈바꿈했음을 뜻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처럼 뜻 깊은 정권교체에도 불구하고 중국과의 긴장이 새롭게 고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만의 향후는 세계적인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일반적인 분단국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분단주체간의 관계개선에 가장 큰 장애요인은 역시 정치적인 대립이다. 양안간의 정치적 대립 자체가 양안관계 발전의 주요 장애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정치협상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대해서는 현재 중국과 대만 모두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원칙, 협상순서의 우선성, 협상목적 등 주요 원칙적인 문제에 있어서는 심각한 인식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만에 대한 개방정도는 다른 지역에 비해 넓은 편이나 대만의 대륙에 대한 폐쇄 정도는 오히려 굳은 편이다. 대만 정부는 대중 무역 및 투자관계의 확대로 인한 중국에의 지나친 의존을 안보적인 관점에서 경계하고 있다.
현재 중국의 정치상황으로 판단하여 볼 때 일국양제는 통일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적 방안으로써 앞으로도 일정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이러한 정책적 목표달성을 위해서 양안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중화민국을 승인할 수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며, 주권국가가 아닌 중국의 지방정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루어진 제3차 국공합작이 앞으로 양안간의 관계를 어떤 쪽으로 이끌어갈지는 좀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어떠한 식의 의도에서건 향후 대만은 중국과의 '三通'을 포함한 경제교류에 있어 비교적 전향적인 자세를 취하게 될 것이다. 특히 경제교류와 '三通'의 확대는 상당수 대만 주민 및 기업인들의 오랜 염원이었다는 사실과 비교적 정치적인 제약이 덜하다는 점에서, 천수이볜 정부가 유화적인 대륙정책을 펼치기에 가장 수월한 부문으로 예상된다. 이로 인해 양안교류의 범위와 정도가 더욱 확대되어 양안 통일로 이어지는 하나의 단계로 작용할 수도 있다.
참고문헌
<국방저널> 2004.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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