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분은 경사가 심하지만, 반대로 다른 장소, 다른 부분은 평탄하다. 더욱이 한 필지의 농지에서도 부분마다 토지의 성질과 형태가 다르다. 경사지의 남쪽과 북쪽은 그 생산조건이 전혀 다르고, 토질의 점질도나 산성도 등의 차이는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다시 말하면, 각 농지의 부분부분은 동질의 자연조건이 아닌 이질성(異質性)의 자연조건이므로, 농지면적의 확대는 곧 이종의 자연 확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같은 토지확대하에서 재배·사육되는 작물·가축의 자연에 대한 요구도 매우 다양하다. 또한 작물이나 가축의 종류에 따라 적합한 자연적 은혜도 전혀 다르다. 고구마는 건조한 환경이 필요하지만, 벼는 충분한 수분이 있어야 정상적으로 생육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토지의 공간적 이질성은 농업경관을 성립시키고 다각다면적 경영을 요구하게 된다.
①농업경관의 성립
농업생산의 기본이 되는 토지공간 자연조건의 이질성에 따라 적합한 작물과 가축을 선택해야 한다. 대구의 사과, 나주의 배, 제주의 감귤, 고랭지인 평창의 감자 등이 좋은 예가 된다. 즉, 자연조건의 차이에 따라 농업생산이 발달하는 것이다. 따라서 각 지역은 지리적으로 특색 있는 농업경관(農業景觀)이 조성된다. 그 지역에 적합한 작물이나 가축이 선정되며, 동시에 그에 따른 재배법·사육법이 채택됨으로써, 고랭지대의 채소농업, 제주도의 감귤농업처럼 그 지역의 경영형태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농업경관은 국내뿐 아니라 많은 국가들에서 확인된다. 건조지대에 성립하고 있는 밀농사, 몬순 다우지대의 벼농사는 거대한 농업형태로서의 경관에 해당한다.
②다각다면적 경영
자연적 조건의 차이는 한 필지의 토지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하나의 경영에 속하는 토지가 가지는 자연조건은 각각 다르다. 토지의 자연 혜택을 충분히 활용하기 위해서는 하나의 경영 속에 다양한 종류의 작물이나 가축을 도입하는 것이 경제의 원리에 부합한다. 현재 농업경영 합리화에 따라 경영이 거대한 경우, 경영토지를 한 곳에 합쳐 농장제를 채택해서 노동능률을 높이는 일이 경제적이다. 또한 경영이 영세하여 토지이용의 집약도가 높을 경우, 가능한 한 다양한 자연조건에 농지가 산재되어 있어 다양한 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농업경영이 단작경영이 아니라 다각적·다면적인 경영의 방향으로 발전하게 되고, 이는 넓은 토지면적이 지닌 자연의 은혜가 균일하지 않다는 것에 기인하는 것이다.
Ⅲ 결론
이상 본론에서 살펴본 것처럼, 식량공급지이라는 농촌의 전통적 역할과 농업의 중요성은 산업의 발달과 세계화로 급격하게 퇴색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은 식량공급과 다원적 기능의 제공이라는 역할을 통해 여전히 그 존재가치를 가지고 있다. 농업은 국민에게 기간식량을 안정적·지속적으로 공급하고, 국민에게 정상적인 농업생산활동을 기초로 한 농업적 토지이용이 만들어 내는 다원적 기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농촌의 존재가치는 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유효한 것이다.
그리고 일부 선진자본주의 국가의 기업농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개발도상국에 식량문제·환경문제·사회문제 등을 초래하고 있다. 그러나 소농의 존재가치 또한 사라진 것이 아니다. 데이비드의 설명처럼, 소농은 소농경영은 몰락하지 않고, 소농인 농민적 가족경영의 생명은 강인하다. 경영규모의 비대함은 대경영의 장점을 감소시키지만, 가족농업을 바탕으로 하는 소경영은 경기변동에 신축성이 있다. 실제로 소농의 존재가치는 양쯔강 하류지역의 소농, 일본의 소규모 벼농사, 그리고 프랑스의 소농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농업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함으로써 혼란스럽지만, 시대와 상황, 그리고 학자들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된다. 다만, 어떤 정의이든 농업의 개념에서 농업의 본질과 시대적 상황은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개인적으로 21세기의 농업은, “인간의 생존과 번영을 위하여 토지의 작용력을 이용하여 이용가치가 높은 유용식물(有用植物)이나 동물을 지속가능한 방법과 수단을 통해 재배·사육·생산하는 유기적 산업”으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끝으로 기본적으로 토지는 공간적 이질성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각각의 지역은 지리적으로 특색 있는 농업경관(農業景觀)이 조성되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다. 유감스럽게 자연은 모든 토지에 동등하게 자연의 은혜를 베풀지는 않는다. 그러므로 농업경영이 다각적·다면적인 경영의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 것이다.
Ⅳ 참고문헌
류수노외, 『농학원론』, 2016, 출판문화원.